헝가리에서 다니는 회사에는 한국 사람들 외에도 일본인, 터키인, 인도인이 있다. 정말 다양한 인종이고 이 조합이 재밌는 이유는 회식 때 나오게 된다. 소고기를 못 먹는 인도인, 돼지고기를 못 먹는 터키인 때문에 항상 테이블마다 메뉴를 다르게 해서 앉아야 한다. 물론 회사에 있는 인도인들과 터키인들은 이런 규율들을 엄격하게 준수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들의 문화를 최대한 존중해줘야 되기에 회식 때마다 최소한의 장치를 해놓아야 하며 그로 인해 작은 해프닝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오늘 초대를 해준 이들은 같이 회사를 다니고 있는 인도인 부부이며 아직 20대인 풋풋한 친구들이다. 한국에서도 인도 음식점에 자주는 아니었지만 갈 때마다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어서 기대가 되었다. 그리고 내가 먹었던 인도음식들이 오리지널 맛과 얼마나 차이가 있을지도 궁금했다.
이 친구들은 같은 동네에 있는 마트 근처 아파트에 살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곳과 비교하면 읍내와 마을 정도의 차이 일듯 싶다. 마트에 올 때 마다 드는 생각은 이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정말 편하게 장을 볼 수 있겠구나 이다. 오늘도 이곳까지 뜨거운 태양볕 아래에서 20분 가까이 걸으며 이 생각은 더 머릿속에 가득하게 되었다. 집에 도착하니 이미 음식이 만들어져 있었다. 친절하게도 힘들게 걸어온 사람들을 위해 시원한 사과주스를 준비해 놓았는데 정말 맛있었다. 처음엔 인도 전통 음료인 줄 알고 감탄을 하며 한잔 더 달라고 하였는데 마트에서 파는 사과주스 병을 들고 오는 걸 보고 조금 민망했다. 집 구경을 하며 신기했던 건 집 안에 작은 사당 같은 게 있다는 점이었다. 매일 저녁마다 향을 피우며 기도를 한다고 한다. 원래 이 사당을 꾸미기 위해서 부처를 모시는 미니 제단을 구입했는데 부처가 있던 자리에 인간의 몸에 코끼리의 머리를 한 가네샤를 올려둔 것이라고 했다. 한 시간 정도 집 구경도 하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금방 배가 고파졌다.
더운 날씨 속에서 음식을 준비했을 생각을 하니 고마우면서도 미안했다. 그래서 최대한 남김 없이 다 먹기로 다짐했는데 밥을 그렇게 많이 퍼줄지 몰랐다. 인도인들도 정이 많아서인지 계속해서 필요한 게 없는지 물어보며 거절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무한리필을 해줄 것 같았다. 우리나라와는 다른 조금 더 긴 쌀 위에 돼지고기가 굵직하게 들어간 카레를 올려서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확실히 우리나라 카레와는 좀 다른 향이었고 매운맛이 강했다. 그리고 요거트 종류라고 했던 것 같은데 함께 뿌려서 먹으니 풍미가 더 깊어졌다. 한 접시를 다 비울 때쯤 내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두 번째 접시에 먹었던 건 돼지고기 카레보다 향이 더욱 강했는데 정체를 모를 음식이었다. 레몬을 매운 소스에 절인 우리나라 김치와도 같은 반찬도 있었는데 그걸 맛본 일행 중 한 명이 엄청 고통스러워했다. 거의 우리나라 불닭 볶음면 수준이라며 농담으로 다음에 초대해서 꼭 한국의 매운맛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두 접시를 비우니 배가 터질 듯이 불렀다.
한 가지 특이했던 점은 우리가 음식을 다 먹을 때까지 옆에서 지켜보며 챙겨주는 모습이었다. 왜 같이 안 먹느냐고 물어보니 자기들은 우리가 다 먹은 후에 먹겠다고 했고 정말로 지켜만 볼 뿐 음식은 손도 대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가 다 먹은 후에야 접시를 가져와서 식사를 시작하였다. 회사에서는 늘 숟가락을 이용하는 모습만 봤는데 오늘 처음 손으로 먹는 걸 볼 수 있었다. 이런 게 문화의 차이이고 이런 과정을 통해서 나라와 문화의 장벽을 허물 수 있는 것 같다. 어느 정도 소화가 된 뒤 후식으로 밀크티를 마셨는데 집에서 직접 끓여준 것이라 그런지 정말 맛있었다. 그리고 인도에서 부모님이 직접 만들어주신 것이라며 준 과자도 손을 멈출 수 없었다. 우리나라 고구마스틱처럼 생겼는데 정말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다. 거의 3시간 정도 시간이 지난 후 우린 밖으로 나와 2차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늘 느끼는 거지만 헝가리는 아이스크림이 너무 비싸다. 그래도 더운 여름날 인도 친구들과 함께 먹는 아이스크림이라 평소와는 다른 맛이었다. 다음에는 집으로 초대해서 한국 음식들을 해주고 싶다. 오늘 갖고 간 된장찌개도 잘 먹던데 찜닭과 김치찌개를 해주면 좋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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