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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이민 생활 이야기/헝가리 라이프

헝가리 창고형 대형 할인마트 Metro 방문 후기

아직 차가 없어서 주말이 되면 딱히 할 게 없는 무료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다행히도 오늘은 회사 선배님이 Metro라는 창고형 마트를 데려가 주신다고 해서 지루함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었다. 늘 말로만 듣고 차를 타고 지나가는 길에만 봤던 곳인데 헝가리에 온 지 두 달이 다 돼서야 방문하게 되었다. 역시 차를 빨리 사야 될 것 같다. Metro가 매력적인 이유는 일반 마트에 비해서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수산물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그렇다면 모든 사람들이 일반 마트 대신 Metro를 방문할 텐데 이곳에는 한 가지 제약이 있다. 바로 사업자 등록을 한 사람에 한해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통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식재료를 사서 영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대량으로 물건을 구매할수록 할인 폭이 크지만 소량으로도 구매가 가능하다. Metro의 주차장은 엄청 넓었는데 일요일이라 그런지 차가 별로 없었다. 

Metro 매장 간판 및 주차장 모습.

매장으로 들어서니 창고형 마트 답게 넓고 높은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분위기는 코스트코나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똑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입구 앞에는 프라이팬과 같은 주방 조리 도구들이 진열되어 있었고 방학 시즌이라 그런지 캠핑 도구들도 있었다. 안쪽으로 들어서니 선반에 제품들이 대량으로 쌓여 있었다. 매장은 깔끔했고 넓어서 카트를 끌고 다니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솔직히 코스트코와 다를 게 없는데 왜 사업자 등록을 한 사람들만 이곳을 이용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식당이나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들만 사용하기에는 소규모로 포장되어 있는 게 많았고 실제로도 소량으로 구매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보였다. 사업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일종의 특혜인 것 같다. 더 좋은 제품들을 더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으니 말이다. 실제로 지난주에 일반 대형마트에서 샀던 세탁용 세제는 4~5천 원 정도 더 저렴하였다. 다른 제품들 역시 제품 단가에 따라 다르긴 했지만 적게는 몇 백 원에서 많게는 몇 천 원까지 차이가 났다.

주방 도구 및 각종 잡화들.

헝가리에 와서 조금 실망한 건 디저트류가 맛이 없고 비싸다는 점이다. 아이스크림은 대체로 크기나 맛에 비해 비쌌고 과자 역시 특별히 맛있어 보이는게 없고 수입과자들이 많았다. 이곳 역시 별반 다르진 않았다. 매장의 크기에 비해서 과자 종류는 별로 없었고 오히려 생활용품들이 더 많이 진열되어 있었다. 샴푸부터 치약까지 다양하게 있어서 사업자 등록증이 있는 사람들은 일반 마트를 갈 필요가 없어 보였다. 집이 가깝다면 이곳에 와서 그냥 장을 보는 게 경제적일 것 같다. 헝가리 사람들은 우리나라처럼 장을 자주 보지 않고 한번 볼 때 엄청 많이 사서 집에 있는 창고에 보관해두고 먹는 다고 한다. 물론 쉽게 상하는 건 그렇게 할 수 없지만 맥주나 음료의 경우는 거의 대부분 대량으로 박스 째 구매한다고 한다. 

각종 양념들과 샴프 코너.
다양한 맥주들과 과자 코너.

이번엔 정육코너로 가보았다. 냉동코너 옆에 위치해 있었는데 얼마나 신선하게 관리를 하는지 따로 독립된 공간으로 분리되어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냉동 창고에 와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엄청 추웠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가 부위 별로 진열되어 있었다. 헝가리는 고기 종류가 다 저렴한데 개인적으론 돼지고기가 가성비가 좋은 것 같다. 소고기는 헝가리 사람들이 우리나라만큼은 즐겨먹지 않는 것 같다. 마트에 가보면 대부분 눈에 먼저 띄는 건 늘 돼지고기와 닭고기였다. 이곳에서도 메인 진열대에는 돼지고기가 놓여 있었다. 닭고기는 다리와 날개로 손질되어 있었고 통으로도 소량이 진열돼 있었다. 참고로 너무 가격이 싼 닭고기는 보통 다리와 날개 등 주요 부위가 제거되고 남은 몸통 부분의 뼈만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처음 본 사람들은 가격만 보고 사게 되는데 내용물을 잘 확인해야 한다. 여러 개가 겹쳐 있어서 닭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것의 용도는 보통 육수를 내는데 활용한다. 잘못 사게 되면 이런 날은 육수를 내서 초계국수를 해 먹거나 아니면 몸통 부분만 살짝 맛보아야 될 수도 있다. 아무튼 Metro의 정육코너는 정말 신선하게 잘 관리되어 있었다. 너무 추워서 더는 오래 있지 못하고 밖으로 나와서 해산물 코너로 이동하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런 매장이 나온다. 
메인 진열대와 요염하게 다리를 꼰 통닭.

해산물 코너 역시 신선하게 잘 관리되어 있었다. 옆에는 수족관도 있었는데 헝가리에 와서 처음 보는 것이었다. 가격은 생각보다 저렴했다. 고등어 한마리가 4~5천 원 정도였고 생 연어는 1Kg에 만원이 조금 안되었다. 우리나라 이마트에서도 생 연어 1Kg은 3만 원 정도 하니 바다가 없는 헝가리에서 이 정도의 가격은 정말 저렴한 것이다. 고기보다 해산물을 더 좋아하는 나에게 Metro는 매력적인 곳인 것 같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Metro에 자주 방문할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수족관에는 킹크랩도 있었고 문어, 오징어도 보였다. 새우도 있었는데 냉동새우가 비싼 걸 알기에 생새우는 가격을 안 봐도 알 것 같았다. 

해산물 코너와 수족관.
싱싱한 각종 해산물들.

과일과 채소코너 역시 독립된 공간에 따로 진열되어 있었고 상태가 매우 싱싱했다. 지금까지 헝가리에서 봤던 상품들 중에서 최고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매장 입구 옆에는 엄청 큰 가지와 애호박이 있었고 안쪽에 들어가닌 와이프가 좋아하는 아스파라거스와 쪽파, 양파 등 다양한 채소들이 있었다. 그리고 반대편에는 내가 좋아하는 복숭아와 바나나 등 과이들이 판매 중이었다. 바나나 역시 훨씬 저렴하고 신선했으며 마트에서 찾기 힘들었던 납작 복숭아 역시 많이 진열되어 있었다. 헝가리에서 먹었던 과일들 중 한국만큼 맛있었던 과일은 바나나와 복숭아다. 수박은 가격은 싸지만 한국에 비하면 당도가 많이 부족하다. 키위는 가격이 너무 비싸고 그 외 포도나 자두 같은 과일들도 헝가리 사람들이 그렇게 즐겨 먹는 과일은 아닌 것 같다. 오랜만에 봐서 반가웠던 납작 복숭아와 일반 복숭아 그리고 간식으로 먹을 바나나를  구매하였다.

과일, 야채 코너. 아스파라거스.
내가 사랑하는 복숭아들.
포도와 바나나.

헝가리에 와서 맛있게 먹었던 치킨 너겟을 오랜만에 사기 위해 냉동코너로 향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엄청나게 큰 냉동 케이크이었는데 디저트류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이 있기에 바로 지나칠 수 있었다. 그 옆에 피자 코너가 있었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맛있어 보이는 것이 있어서 오늘 저녁으로 먹기 위해 장바구니에 담았다. 한국에 있을 땐 오뚜기 냉동피자를 저렴한 가격에 맛있게 잘 먹었었는데 헝가리의 냉동 피자는 어떨지 궁금하다. 가격은 2000원이 채 안 되는 아주 착한 가격이었다. 치킨 너겟도 여러 종류가 있었는데 지난번 맛있게 먹었던 크리스피 너겟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가장 흔한 너겟을 골라 집었다. 가끔씩 튀겨먹으면 나름 먹을 만한 반찬인 것 같다.

옆쪽에는 유제품 코너가 있었는데 헝가리에 와서 좋은 점 한가지가 바로 이러한 품질 좋은 유제품들이 저렴하다는 것이다. 지난번에는 버터를 구입했는데 버터는 덴마크 산이라고 적힌 것이 한국의 반값에 판매되고 있었다. 우유나 치즈들도 대체로 신선하고 맛이 좋다. 계란은 구매할 때 깨진 것이 있는지 잘 확인하고 구매해야 한다. 생각보다 깨진 것이 많이 들어 있어서 확인을 안 하고 집까지 온다면 이미 환불은 쉽지 않다. 유통기한이 우유나 계란 같은 경우 한국보다 긴 편인데 한국에서의 습관 때문인지 가급적 빨리 먹게 되는 것 같다. 

냉동 피자와 냉동 케익.
유제품과 계란 코너.

계산대로 가니 다행히 줄이 길지 않았다. 계산대 역시 일반 매장과 같았고 한가지 다름점은 계산하기 전 사업자 등록을 한 사람만 받을 수 있는 카드를 제시해야 한다. 자세히는 못 봤지만 Metro의 회원카드인 것 같다. 그런데 일행인 경우 한 카드로 같이 사용해도 별 다른 제약은 없었다. 주변 지인 중에 이 카드가 있는 사람들은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아도 쉽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계산을 하고 나면 카드 영수증 외에 세부내역과 세금 내역이 적힌 A4 용지 한 장을 출력해서 준다. 이를 위해 계산대마다 레이저 프린트가 하나씩 설치되어 있다. 가격이 확실히 저렴한 것 같다. 커피믹스와 너겟, 피자, 파, 애호박, 양송이버섯, 일반 복숭아, 납작 복숭아, 바나나를 샀는데 2만 원 정도가 나왔다. 빨리 차를 사서 자주 이용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와서는 같이 간 하우스메이트가 구매한 생 연어로 연어 사시미와 연어 스테이크를 만들어서 먹었다. 싱싱하고 오랜만에 먹는 연어여서 그런지 정말 맛있었다. 해산물을 먹기 힘들어서 아쉬웠는데 그 해결책을 찾은 것 같다. 다른 건 몰라도 먹는 것에 있어서 헝가리는 정말 편리한 나라인 것 같다.  

계산대 모습.
오늘 산 연어로 만든 연어 사시미와 연어 스테이크.